지난달에는 사과로 만든 과일발효종으로 유기농 우리밀을 이용해 통밀빵을 두 번 구워먹었다. 참고한 책은 한살림 빵 선생 이주화의 천연발효빵 , 그리고 반죽없이 쉽게 만드는 무반죽발효빵. (어쩐지 둘 다 품절이군) 통밀빵은 처음 구워봤는데 묵직하니 아주 든든했다. 굉장히 촘촘하고, 시큼한 향이 나고 (아빠는 사과향이 난다고 했는데 난 잘 모르겠다) 촉촉함이 꽤 오래간 편이었다.
유명 베이커리들은 수십년동안 발효종을 '밥 먹여'가며 키운다길래, 나도 사과발효종에 밀가루 먹이 줘가면서 오래오래 키울 생각이었다. 그러나 과일 발효종은 그렇게 오랫동안 리프레쉬하며 사용할 수 없다고 책에 나와있어서 과감히 포기하고 그냥 밭에다 묻어줬다. (생협에서 산 유기농 통밀가루 값은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이번엔 과감히 르방 만들기에 도전.
뺑오르방이라는 빵집 덕에 '르방'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그게 그러니까 독어로는 Sauerteig* 영어로는 sourdough starter 우리말로 발효종 이라고. 간단히 말하자면 시판 이스트 대신 넣어서 빵을 발효시키고 또 풍미도 좋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 그리고 살아있기 때문에 계속 밥도 주고 온도도 봐주면서 보살펴야 하는 존재. 천연발효 카페에 보니 많이들 자기 발효종에 이름을 지으시던데, 그래서 나도 지어봤다. '프로도'.
*Sauerteig는 밀가루가 아닌 호밀로 만드는 것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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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발효 베이킹에 관한 온갖 책들을 다 찾아봤는데 이 책만큼 설명이 꼼꼼히 잘 되어있는 게 없어서 선택. 그런데 알고보니 전문가용이었다.... (그래서 지금 르방 만드는 단위도 매장 차릴만큼의 기세로 양이 많은건가보다...) 어쨌든 빵 장인의 노하우가 담긴 책이니 어떻게든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보는 중이다.
르방 만들기에 사용한 재료는 동네 생협에서 구한 무농약 우리밀 통밀가루, 그리고 집에 있는 정수기에서 나온 40°C 물. 프로도가 건강하게 잘 크면 이 밀가루로 우선 빵을 구워볼거고, 지리산 앉은뱅이밀이랑 금강밀 등으로도 구워볼 생각이다.
* 안국역 상생상회에서 본 가격을 기록한다 (2019년 4월 기준)
밀벗 우리밀 통밀가루 (800g, 2500원), 제터 앉은뱅이밀 (500g, 2800원) 우리밀 참백밀가루 (1kg, 3500원)
책에 나온 배합표
프로도 육종(?)일지 (온도 24-29, 습도 모름)
2019년 |
4/15 |
16-17 |
18 |
19 |
20 |
21 | 22 | |||||
일차 |
1 |
2-3 |
4 |
5 |
6 |
7 | 8 | |||||
용기 |
파이렉스 보울 |
꿀단지 |
발효병 |
메이슨자 |
발효병 |
메이슨자 |
파이렉스 |
꿀단지 |
파이렉스 |
꿀단지 |
||
통밀가루 |
100g |
200g |
707g |
600g |
477g |
344g |
480g |
336g |
456g |
- | ||
물 (34~40°C) |
110g |
200g |
400g |
375g |
240g |
190g |
240g |
180g |
240g |
- | ||
전종(덜어낸뒤) |
210g |
198g |
580g |
596g |
400g |
300g |
400g |
300g |
400g |
716g |
||
병에 담은 중량 |
210g |
598g |
1687g |
740g |
400g |
412g |
1117g |
790g |
1120g |
816g |
1096g |
716g |
Day 4 지금까지는 덜어내지 않고 더하기만 했는데, 아무래도 4~7일차에 매일 전종 600g만 남기고 밀가루와 물을 섞어줘야 하는 것 같다. 어차피 전종은 충분히 있으니 하나는 7일까지 그냥 놔둬보는 것, 그리고 하나는 600g 유지하면서 계속 먹이 주고 나머지는 버리는 방식으로 해봐야겠다. (프로도와 샘으로 나누는건가...) 책에 '이것을 매일 반복하라'는 말이 없긴 한데, 이미 전문가들은 르방 만드는 걸 알고 있을테니 굳이 설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근데 르방 만드는 과정에서 그냥 버리지 말고 그걸로 뭐 찐빵이라도 해먹으면 안되려나...너무 아깝다)
Day 5 터졌다. 시큼한 식초 냄새가 코를 찌른다. 24시간 훌쩍 넘기고 한참 있다가 작업 시작. 전종을 600만 덜어내서 물과 밀가루를 섞은 뒤, 같은 반죽을 세 가지 용기에 나눠 넣어봤다. (프로도와 샘과 피핀인가...) 나머지로는 크래커를 만들어 먹었는데(...메리?) 감칠맛이 돌아서 꽤나 맛이 좋다. (원래는 다 키운 르방에 밥을 주기 위해 조금 덜어내 버려야 하는 걸 아까워하는 사람들에게 '버리는 르방(discarded sourdough starter)'을 이용한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는 모양인데 팬케이크나 크래커 등 부풀지 않아도 된다면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대신 시큼한 맛은 감안해야한다.
Day 6 따뜻하지도 않은 곳에 내버려두었는데 신나게 발효파티를 벌였다. 상큼한 과일 향이 난다. 이번에는 발효병과 메이슨자에 있던 녀석들을 합쳐서 400g 전종에 맞춰서 발효병에 넣어주었다. 꿀단지에 있던 녀석은 덩치를 좀 줄여서 과감하게 전종 300g으로. 그런데 넓은 보울을 사용하다보니 저울 너비를 넘어가서 무게를 제대로 잰 것 같지 않다. 현재 상황으로, 발효병에 있는 녀석이 좀더 되직하고 메이슨자에 넣어둔 (원래 꿀단지에 있던) 녀석은 조금 촉촉한 반죽이다. 둘이 얼마나 다를지는 모르겠다. (다시 둘이 되었는데 이것은 그렇다면 프로도와 샘)
Day 7 따뜻하지 않은 곳에 둠. 프로도를 파이렉스(빈티지볼 패밀리팜 1.5L) 보울에 넣었는데 폭발할까봐 두근두근...그러나 폭발하지 않았다! 꿀단지에 넣어둔 샘도 적당히 배불린 느낌. 이제 하루만 더 있으면 빵 반죽으로 쓸 수 있는걸까....
Day 8 프로도는 리프레시 해서 발효병에, 샘은 꿀단지에 그대로. 둘에서 100g씩 떼서 rustic 빵 반죽 만들고 따수운 게르마늄 매트 위에서 발효중. 내일 구워보면 둘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겠지. 프로도도 3시간 발효 후 냉장하라고 해서 일단 같이 발효중이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구독중인 food52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Sourdough Starter guide.
만드는 방법은 여기에 자세히 나와있다. 다음주에는 이 방법으로 하나 더 키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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