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z's lair

"코 자고 이여나서 어인이 집 가쟈!"

태명대로 짱짱하게 자라난 아기는 이제 어린이가 되었다. 

어린이집에서 나오자마자 어린이집 갈 생각을 하는, 진정한(?) 어린이. 

30분, 1시간, 3시간을 거쳐 이제는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엄마, 아빠와 떨어져 보내는 어린이. 

어린이집에서 무얼 하고 지내니? 어떤 기분이 들었다 사라졌다 했니? 다른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니?

이젠 '키즈노트'의 몇 줄 글과 사진만으로 상상해봐야 한다.

아쉽다. 좋으면서도 아쉽다. 

어린이는 '아가가 아니야' 라면서도 가끔 밥 먹다 '먹여줘' 라고 하고, 씩씩하게 걷다가 '안아줘'라고도 한다. 

대화가 오가는 것 같다가 가끔 턱 막히기도 한다. 태어난지 790일, 세 살이란 그런 나이인가보다. 

모든 사람들과 생물들에게 거침없이 다가가 인사하는, 제 키보다 세 배는 더 높은 미끄럼틀도 무서워 않는, 해맑은 긍정. 

피할 수 없는 좌절, 거절, 슬픔... 탁한 감정들을 언제 어떻게 배우고 극복하게 될까. 나는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이제는 진짜 공부해야 할 때가 왔다. 엄마같은 엄마가 되는 공부. 

인간다운 인간을 키워내는 것, 참 쉽지 않구나. 나부터 잘 해야 하니.

한국을 매우 사랑하는 외국 친구에게서 기나긴 메시지가 왔다. 세월호 참사 이후로 내가 굉장히 우울해하고 있으며 일주일 넘게 춤을 추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모양이다. 친구는 '네 방식대로 충분히 애도를 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라'는 격려를 해 줬다. 그래서 나도 길게 글을 써서 보내며 '나는 더이상 우울하지 않으며, 나름의 애도기간을 끝내고 곧 다시 춤을 출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 사건은 이미 '해결'의 경지를 넘어섰다. 애초에 내가 바라던 '해결'이란 실종자가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책임자들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희망은 사그라들고 분노의 불길은 겉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다. 나마저 이 불길에 입김을 더하고 싶지 않다. 오늘 안산 분향소 방문을 끝으로 나는 애도를 마쳤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예정이다.

세월호 사건이 있은 직후, 나는 춤을 추러 가는 게 죄스럽게 느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행복하게 춤추고 있을 내 모습도,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상상할 수 없었다.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공감하고 있다면 되는 거다. 일부러 통감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건 마음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 그러다 문득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에서 '나누다'가 share가 아닌 divide라는 생각이 들었다. 널리 나눠주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그들이 감내해야 하는 슬픔의 조각을 최소한으로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슬픔을 소화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춤으로 행복에너지를 많이 비축해둬야 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뮤지컬을 만드는 것이고, 할 수 있는 일도 뮤지컬을 만드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지만 그 슬픔에 잠식당해서 나의 일상을 놓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 마음에 상처를 지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몇 주간을 끙끙 앓으며 '어떻게 해야 캐릭터와 관객 모두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았고, 이제 막 신나게 글을 쓰고 있었는데-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자신있게 내놓은 나의 '정답'을 근본부터 흔들었다: '마음의 상처는 치유될 수 있긴 한걸까?' 여기서 멈추면, 나는 1년 넘게 매달려온 작품을 쓸 수가 없다. 믿기로 한다. 마음의 상처는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로 인해 타인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까?' '책임자를 처벌한다는 것은 유족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내가 이 사건을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의 일주일은 이런 고민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결국 다시 






schatzi schatzi,

I hope you can get into a better rhythm with sleep and work - not that I think there is anything wrong with living in MY timezone ^^, but sleep is sooo important for your body and mind, and you won't be able to happily go on for long without a good balance...

I was just talking to Hannah, and she mentioned that you might not come out dancing tonight because of the national grief situation and all that, and we discussed that a little bit. And I am talking to other people about all this as well, of course. And I wanted to say something to you about it. 

Of course situations like these are always difficult to handle, and it's not easy to say what the "right" way would be and all that. So of course I wouldn't (and maybe many people shouldn't) judge how or if people go on now with their lives or what they do to show or not show their respect or even just how they feel.

But I think it is even worse to tell people who are affected and feel, whatever it is they feel, responsibility or shame or just pity for the ones who lost their kids, people who want to mourn and want to express themselves and want to do something, even if they are not sure what to do - to tell these people that they shouldn't stop living their lives right now because they are not personally involved, or because it won't change anything anymore, or because it would be sad for others to not be allowed to be happy now because of what happened.

I personally admire how affected as a whole people koreans seem to be by that, and  how much most people seem to care, even if they are not personally involved. you know that the thing i most struggle with here in the UK is this feeling of lethargy and cynicism, and you know how tired I am of being told that I care too much, that I am too demanding, that "that's just life" and I should be more realistic and all that.

I don't think it is naive to say "this should not have happened, and it must never happen again", and I don't think it's acceptable to say "people just make mistakes sometimes, let's get over it" or even "not everybody is always trying to do the right thing, so don't be naive",  or anything like that.

of course accidents happen, and sometimes little mistakes that are forgivable add up to something far worse without anyone's bad intention or much carelesness. of course just trying to find someone to blame doesn't make any sense. 

but nevertheless, I think it is exactly the right thing to say "we as a nation have to do absolutely everything to avoid events like this as much as possible". and even "we as a society are responsible for still teaching kids too much to respect their elders or the ones higher up in the hierarchy, although we know those elders or higher ups might not always take care of our kids with the responsibility that should be at the other end of the respect they receive" or things like that. or "we as a nation are all affected by incidents like this". 

because, just like you tell me when I am tired of being told to just shut up and not be too critical and not want too much - it's up to all of us to create the world we want to live in, or we want our kids to live in, and there is nobody else but us to feel, judge, mourn, speak up, criticize, find ways to change if we think we should, all that. 

so just saying (omg how much i am talking again, incredible. and no idea if I am finding the right words at all). I think it is admiring, and even if it creates tensions and fierce discussions and a lot of uproar amongst koreans right now - I think all this is necessary. the alternative really is giving up, and that can't be. right?

so whatever you are doing tonight, trying to find some happiness on the dance floor or if you don't feel you should be swinging around happily right now - I wish you (all of you over there) the best with getting through this and figuring things out in a good way. and you know I am not religious at all, but yes, I am thinking of those kids and wishing all the best for their souls as well. and their families.

레기네 언니

몇시간 뒤에 서로 탄생 50일 기념촬영을 하게 된다. 한남동에 있는 베이비파스텔 스튜디오는 임신했을 때 만삭촬영을 하러 갔던 곳이다. 그때가 아마 27주. ‘만삭’이라기엔 좀 이르지만 진짜 만삭땐 “예쁘게” 보이지가 않아서일까, 몸이 힘들어서일까 여하튼 다들 그때즈음 찍는다고 한다.
뱃속에서 ‘짱짱이’로 불리던 아가는 어느새 세상에 나와 ‘박서로’라는 이름으로 54일을 살았다. 한달 반, 길다면 긴 시간을 우리는 함께 했다. 나중에 돌아보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앞으로 100일이 될 때까지 이만큼 더 살아내야 한다. 그것도 무탈하게, 이 팬데믹 시대에 말이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녀석은 어쩌면 인간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치사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하는 질병, 인간들 사이에서는 이타주의를 발동시키고 서로를 생각하도록 하고 있다. 서로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요즘, 우리 가족의 세번째 사람으로 와준 박서로 아가야,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사랑해 :)

조언01(助言)[조ː-] 
「명사」
말로 거들거나 깨우쳐 주어서 도움. 또는 그 말. ≒도움말.

조언02(粗言) 
「명사」
거친 말.

조언03(造言)[조ː-]  
「명사」
근거 없는 사실을 꾸며서 하는 말.

조언04(繰言)  
「명사」
「1」말을 되풀이함. 또는 그 말.
「2」중얼거리거나 투덜거림.

출처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나도 아직 헤매는 주제에 누군가에게 助言을 하다니. 그건 造言은 아니었지만 繰言에 가깝긴 했다. 粗言이었지만, 본인의 마음속에 구비해둔 체에 곱디고운 것들만 잘 걸러내어 맛나게 먹고 자양분으로 삼길 바란다. 

그 길을 앞서 걷고 있는 자로서 해줄 수 있는 건 助言이지만, 그것을 소화해내는 건 본인이다. 

말은 말일 뿐이다. 말은 그릇이고, 의미는 그 안에 담긴 무엇이다.

단 것만 삼키고 쓴 건 뱉든, 울며 겨자먹기로 우걱우걱 씹어 다 소화해내든, 그건 본인에 달렸다. 

편식해도 오래 살 수 있고, 다 잘 먹어도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도 있으니까, 누구도 모른다.

내 체질이 뭔지부터 파악하고 덤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