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컵을 위하여

저자
윌리엄 랜데이 지음
출판사
검은숲 | 2013-08-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열네 살, 살인죄로 기소돼 법정에 선 검사의 아들 도대체, 가족...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나는 소설을 잘 못 읽는다. 

아마도 어릴 적에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한국에서 교육받았다면 누구나 그렇듯 세계고전문학을 읽도록 강요받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시키는 일은 반대로 하는 청개구리 피를 타고난지라, 초등학교 때는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눈이 나빠져놓고는, 중학교 때 들어서는 어른들이 읽으라고 읽으라고 하길래 피하고 피하다가 결국 집어든 소설 때문에 책을 싫어하게 되었다. 소설도 자기와 궁합이 맞는 게 있다고 하는데, 나와 궁합이 너무 어긋난 녀석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누군가 읽고 자세하게 추천해준 작품이 아니고서야 서점에서 소설을 사는 일은 드물다.

'법정 스릴러'. 그리고 표지를 뚫고 나를 노려보는 아이의 표정에서 나는 이 책은 나랑 잘 맞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멘탈리스트 류의 미드 팬인데다, 청소년 범죄에 관심이 많아서였다. 1월에 미리 책을 사다놓고 손도 못 대고 있다가 마침 구정 연휴 끝자락에 혼자 집에 남겨졌을 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반나절만에, 내 한 손으로 들기에도 힘든 이 커다란 책을 다 읽었다. 기대 이상이었다. 책 투표할 때 소개글에서부터 앞과 뒤 표지까지 보니 대놓고 어떤 내용일지 느낌이 확 오는데도, 마지막 장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작가의 기교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화자는 아이의 아빠이다. 왜 엄마가 아닌 아빠로 설정을 했을까. 작가가 남자이기도 했지만 이 책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자기 자신을 위시한 우리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엄마가 아니어야 했다는 판단이 든다. 나는 엄마가 아니지만, 엄마라는 존재가 된다면, 아홉달 동안 한 몸에서 뛰는 두 개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던 기억을 가진 여자가 된다면, 마음속으로라도 아이를 의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것 같다. 나는 '혹시' 나 '설마'라는 말을 사전에서 지우고, 어두운 구석으로부터 의도적으로 눈을 감았을 것이다. 아이가 제 몸의 일부였던 것을 온 몸으로 체험한 어머니와는 달리, 아버지들은 항상 자식이 자신의 핏줄인지 의심하고 있고 여기엔 어떤 용어까지 붙어있다는 것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조금 더 독자가 잘 따라갈 수 있고, 또 때론 냉정하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화자로, 아버지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반나절을 한 아이의 아빠로 살아보고 나니,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버지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는 한 인간의 심리를 잘 묘사한 작품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법정스릴러물을 글로 읽어본 건 처음인데,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더라. 내가 감독이 되어 캐스팅도 하고, 편집도 해가면서 머리에 그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법정 공방에선 어려운 말이 많아서 조금 더디게 읽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번역이 꽤 매끄러워서 좋았다. 곧 영화화 된다는데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기대하겠습니다 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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