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자고 이여나서 어인이 집 가쟈!"

태명대로 짱짱하게 자라난 아기는 이제 어린이가 되었다. 

어린이집에서 나오자마자 어린이집 갈 생각을 하는, 진정한(?) 어린이. 

30분, 1시간, 3시간을 거쳐 이제는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엄마, 아빠와 떨어져 보내는 어린이. 

 

어린이집에서 무얼 하고 지내니? 어떤 기분이 들었다 사라졌다 했니? 다른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니?

이젠 '키즈노트'의 몇 줄 글과 사진만으로 상상해봐야 한다.

아쉽다. 좋으면서도 아쉽다. 

 

어린이는 '아가가 아니야' 라면서도 가끔 밥 먹다 '먹여줘' 라고 하고, 씩씩하게 걷다가 '안아줘'라고도 한다. 

대화가 오가는 것 같다가 가끔 턱 막히기도 한다. 태어난지 790일, 세 살이란 그런 나이인가보다. 

모든 사람들과 생물들에게 거침없이 다가가 인사하는, 제 키보다 세 배는 더 높은 미끄럼틀도 무서워 않는, 해맑은 긍정. 

피할 수 없는 좌절, 거절, 슬픔... 탁한 감정들을 언제 어떻게 배우고 극복하게 될까. 나는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이제는 진짜 공부해야 할 때가 왔다. 엄마같은 엄마가 되는 공부. 

인간다운 인간을 키워내는 것, 참 쉽지 않구나. 나부터 잘 해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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