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anne Gordon 저서 [Art Isn’t Easy] (1990) 중
번역 : 서지은 (jieun.suh11@gmail.com)
뮤지컬, 노래를 멈추고 제 목소리를 찾다
: 일요일에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
조지는 캔버스에 물감을 바르고 닷은 자신에게 색을 입힌다. 이 두 사람이 각기 무대 양 옆에서 균형을 이루며 있는 모습은 영혼과 육체의 전통적인 이분법에 생생한 극적인 형태를 준다. 조지는 ‘순수한 창조성’이라는, 세속과는 매우 동떨어진 대기에서 살아가며 닷은 ‘육체의 풍성한 관능’ 그 자체이다. 닷이 옷이 더이상 맞지 않는다며 투덜거리는 대목에서는 그녀가 임신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조지는 인정하려하지 않지만 닷의 관능이야말로 영감의 원천이다. 조지는 그녀를 그리고 또 그린다. 그의 천재성은 캔버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자궁에서도 살아있다. 손드하임은 자신을 조지와 동일시할 수는 있지만 닷을 냉대하지는 않는다.
조지가 색을 칠하는 행위를 반영하던 반주는 닷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뜯어보는 장면에서도 똑같이 흐른다. 눈썹 하나를 뽑을 때마다 종소리가 울린다. 차분하게, 조지가 바라는 집중력을 연습하려는가 하는 참에 닷은 고삐가 풀린 환상 속으로 뛰어든다. 생명력과 삶을 갈구하는 닷의 마음은 통통 튀는 캉캉 춤으로 번역되지만 이 거품은 금방 빠져버린다. 손드하임은 신나는 캉캉 리듬 뒤에 아주 느리고, 깊은 생각에 잠긴듯한 리듬을 붙이는 것으로, 다정하게 닷에게 조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닷은 조지가 말했던 ‘색채와 빛’에 대해 얘기한다. 이 단어가 등장하자 다시 초점은 조지에게 맞춰진다. 조지는 캔버스에 있는 인물 하나하나에 사랑을 담아 이야기를 하고, 닷은 다시 분노한다.
조지의 붓질을 반영하는 스타카토 음들이 다시 들리고, 조지는 매우 특별한 소리의 독백을 즐긴다. 마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서처럼, 이 독백은 문법이나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만 이어진 언어들이 흐르는 자유로운 구조를 지닌다. 이 곡은 조지가 캔버스에 칠하는 물감을 중심으로 조직되어있는데,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나열된 색 이름들 사이사이에 조지의 의식의 흐름이 배치되어 있다.
Blue blue blue blue 파랑 파랑 파랑 파랑
Blue still sitting 파랑 아직도 앉아서
Red that perfume 빨강 그 향수
Blue all night 파랑 밤새도록
Blue-green the window shut 청록 창문은 닫혔어
Dut dut dut 덧 덧 덧
Dot Dot sitting 닷 닷 앉아있어
Dot Dot waiting 닷 닷 기다리고 있어
Dot Dot getting fat fat fat … 닷 닷이 뚱뚱해지고 있어 뚱뚱해지고…
조지는 닷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닷의 몸이 불고 있다는 것도 눈치 챘다. 조지는 닷이 무얼 필요로하는지 알지만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강렬한 욕구로부터 멀어질 수 없다. 조지는 ‘모자를 마무리해야만 한다.’ 열띤 창작과정과 작업실 안의 답답한 온도 모두를 가리켜 조지는 “It’s hot in here…/ Sunday / Color and light!”(“여긴 너무 더워… / 일요일 / 색채와 빛!”) 이라며, 이 작품 전체에 걸쳐 반복되는 단어와 소리 공식으로 흥겹게 표현한다:
조지는 이제 완벽하게 집중하고 있다. 조지는 닷에 대해 완전히 잊어버린다. 그는 캔버스 안 세상에 푹 빠지고, 닷은 또다시 그의 편협성을 파고들려고 노력한다. 그의 그림은 노래로 표현되고, 닷의 당장의 걱정거리는 산문체의 긴 대사로 표현된다. 조지는 자신이 창조해낸 세상을 보고 있다. 경이로운 색채와 음영의 세계. 조지의 지각도 색으로 변환된다. “It’s getting hot … 뜨거워지고 있어/ It’s getting orange…오렌지빛이 되고 있어”. 꿰뚫을 수 없는 조지의 눈빛을 이해한 닷은, 자신을 한 명의 사람이 아닌 그저 예술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studied like the light 빛처럼 연구되고 있어” 그러나 최면을 거는 듯한 조지의 마력을 거부하지는 못한다. 닷은 서서히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조지의 천재성을 흠모하는 자신을 인정한다. (손드하임은 가사 구조를 바꾸는 것으로 인물이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을 표현한다. 닷은 산문체의 긴 대사로 공상을 시작하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시로 표현한다.) 조지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모델에 사로잡혀있다. 닷의 분명한 나르시시즘에 당황하면서도 조지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예술가로서, 그리고 남자로서 멈춰서게 된다. 닷이 영감이 원천이라는 사실은 빛과 닷을 결합시킨 조지의 가사에서 드러난다. “But the way she catches light… 하지만 빛을 받는 그녀의 모습은…”
반짝이는 창작의 소리로 반주가 돌아오면, 두 연인은 마침내 감정적 교류를 이뤄낸다. 둘은 화음을 낸다.
조지 And the color of her hair 그녀의 머리 빛깔 I could look at her 나는 그녀를 바라볼 수 있어 Forever… 영원히 |
닷 I could look at him 나는 그를 바라볼 수 있어 Forever… 영원히 |
이 목소리들의 융합은 관객과 캐릭터 모두에게 순간적인 감정이 표출되는 순간을 주지만 오래가지는 못한다. 조지는 거의 바로 다시 점으로 가득한 자기의 세상에 푹 빠지고, 폴리스 공연에 데려가기로 했던 닷과의 약속을 까맣게 잊는다. 그들의 상반되는 시점은 가사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그는 잠시 흔들리지만 다시 작업에서 위안을 찾는다. “어떻게 해야 하지?” 라고 자문하는 조지는 처음에 닷과, 그녀를 실망시킨 자신의 죄책감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심사숙고하는 과정에서 음악이 잠시 멈추자, 그는 진정 가장 중요한 결정, 색을 고르는 것에 온 집중력이 옮겨간다. 조지가 “Red 빨강”을 겨냥하면서 망설임의 시간은 지나간다.
무대가 다시한번 섬으로 바뀌면 조지의 세상에 살고 있는 또다른 인물들이 관객들에게 소개된다. 공격적인 뱃사람과 그의 개, 키득거리는 가게 점원 아가씨들(익살스럽게 셀레스트 1, 2라고 이름지어진), 그리고 조지의 어머니와 그녀의 보모 등. 그들은 닷이 그녀의 새 애인인 빵 만드는 루이와 함께 나타나자 흥분하며 수근거린다. 조지가 그림그리는 행동을 받쳐주는 스타카토 및 리듬 위주의 반주패턴처럼, 조지의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뒷받침하는 소리 패턴들이 존재한다. 모든 소문과 비판은 구성 단위로 분리, 합쳐져서 음악적 캔버스를 만든다. 그런 식으로, 조지는 소리, 모양, 색, 빛의 포격을 받는다. 알아볼 수 있는 각 단위의 음악적 정체는, 화가의 팔레트에 있는 다양한 빛깔과 대응시킬 수 있다. 이러한테 주제적 패턴은 손드하임이 스위니 토드에서 사용했던 라이트모티프와 비슷하긴 하지만 훨씬 더 분열되어있고 인상주의적이다.
20170711.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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